내 일은 이래야 한다

커리어를 위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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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정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라고 나와있다. 이 정의에서 집어낼 수 있는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 생계유지
- 자신의 적성과 능력 발휘
- 일정 기간 동안 계속 종사

반대로 말하면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일정 기간 동안 종사할 수 없다면 그건 직업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 당연한 사실을 잊으면 직업과 취미활동, 직업과 고행, 직업과 일회성 경제 활동을 헷갈리게 된다.

다만 위의 세 가지를 충족했다고 해서 그 직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또 나에게 맞는 직업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전 직장의 경우 저 요건을 나름 만족했지만 계속해나갈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몸과 마음은 시름시름 병들어갔고, 한숨만 늘어갔다. 분명 돈도 벌고 있고, 계속 출퇴근도 하고 있는데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직업의 사전적 정의에 얽매이지 않고 나 자신만의 정의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사실 세상 모든 건 정의하기 나름이다. 같은 대상도 정의에 따라, 시각에 따라 그 모습이 완벽하게 달라진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대기업도 누군가에게는 지옥일 수 있다. 중요한 건 저마다 가진 생각으로 좋은 직업을 형성하는 일이다. 개인이 가진 특수한 욕망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게끔.

최근 스타트업을 다니면서 내가 바라던 직업의 모습을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하루에 4시간만 일을 하니 육체적으로도 수월했지만 그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왜 그럴까. 아무리 좋아도 일은 일이고, 회사는 회사인데 말이다. 사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인 관점에서는 전에 다니던 직장이 더 유리하다. 하다못해 월급도 지금보다는 많았으니까.

다만 그곳에서 3년을 보내면서 알게 된 건, 당장의 월급이나 사회적 시선에 부여하는 가치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 그리고 그보다 개인적으로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른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타산지석이랄까. 게다가 이렇게 브런치 포스팅의 훌륭한 재료가 되어주니 사실 고맙기도 하다.

‘내게’ 좋은 직업이란 어떠해야 할까? 저마다의 욕망은 고유하니 동의하지 않아도 좋다. 순서 상관없이 머릿속으로 떠올려본 요건은 다음과 같다.

1. 업무가 적성과 흥미에 맞아야 한다. (적성과 흥미)

2. 경제적 자유를 얻어야 한다. (경제적 자유)

3. 업무를 통해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의 성장)

4. 노력이 실제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쳐야 한다. (영향력)

5. 협력적이고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일해야 한다. (협력, 수평적 환경)

6. 비효율적인 허례허식과 의전, 그리고 비합리성이 없어야 한다. (효율성과 합리성)

7. 구성원이 명확한 비전과 건강한 가치관을 공유해야 한다. (비전과 가치관)

8.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기여)

9.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업무 환경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유와 주체성)

10. 구성원끼리 같은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존중과 배려)

사실 이 모든 요건을 충족하는 직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혼자 일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어딘가 한두 가지는 나사가 빠질 수 있으니까. 다만 내게 있어 저 문장은 마치 북극성과 같다. 닿지 못하더라도 방향을 제시해준다. 중요한 건 유토피아에 입성하는 게 아니라 그런 삶을 지향하려는 마음가짐, 그리고 과정이다. 어차피 모든 걸 이루기에 인생은 짧다. 그냥 포기하고 살기에는 길다.

이상은 말 그대로 이상이지만 현실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현실은 누군가의 부단한 이상이 스며들며 만들어진다. 당연하게 누리는 수많은 가치가 그러하다. 내가 타자를 치고 있는 컴퓨터도, 옆에 놓인 스마트폰도, 집을 비추는 전구도, 민주주의도, 인권도, 교육도.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인류가 태어난 이래로 현실에서 멈춰버렸다면 지금도 검치 호랑이를 피해 나무 위에서 벌벌 떨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직업의 요건을 쭉 써놓고 나니 실은 나 자신의 가치관이 보인다. 흔히 말하는 네임 밸류나 복지제도, 높은 연봉은 들어가 있지 않다. 물론 생계를 이어가려면 당연히 보상은 있어야 한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직업의 정의에도 포함되어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자유에 기여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난 욕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욕심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다. 사실 저 체크리스트를 다 채울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다. 그래도 하나씩 시도해본다. 내게 맞는, ‘내 일’을 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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