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론트엔드 개발자 취업 준비
개발자 취업은 처음이라
평범한 문과 개발자가 취업을 위해 시작한 세 가지
마냥 계속될 줄 알았던 취준 생활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두려움 반 패기 반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개발자 취업 준비를 시작한 작년의 저는 어느덧 모 게임 회사의
웹 프론트엔드 신입 개발자가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취준생일 때보다 공부해야 할 것들은 더 늘어났지만,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리자면 뭘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뭘 모르는지 아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하며 재미있게 배우고 있습니다.
할로윈 때 나온 회사 밥. 요새는 재택근무라 가지 못하는 게 제일 아쉽습니다.
연말을 맞이하여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다가, 저처럼
비전공자이지만 개발자를 고민하시는 분들 또는 이미 준비하고 계시는 분들을 위해 짧게나마 제 취업 준비 과정을 요약해서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번 포스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개발자 취준 생활 정리
나만의 개발 인프라 만들기
비전공자로서 개발자로 취업을 준비한다는 건 생각보다 고독한 일이었습니다.
우선 진성 문과인이라 주변에 개발 관련 조언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고요, 그러다 보니 취업 정보도 부족했고 팀 프로젝트나 스터디를 하고 싶어도 어디에서 만나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선 정보를 모으자는 취지에서 잊고 있던
페이스북을 시작했습니다. IT 관련 페이지들을 구독해서 요즘 나오는 공고나 취업 정보를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지금 내게 필요한 대외활동들을 지원하며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취준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가입한
IT 연합 동아리에서는 처음으로 개발 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한
IT 콘퍼런스 스태프 활동에서는 동종업계에 계신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자극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42에서 만난 동료들
마지막으로 작년 12월 경 시작한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42 SEOUL 활동을 통해 저만의 개발 인프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각자 다양한 사연을 갖고 들어온 만큼 개발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공간이었고, 그만큼 스터디원이나 팀 프로젝트도 금방 구할 수 있었습니다. 공모전/모집 공고 등 유익한 정보들을 너도나도 공유하는 문화는 더 말할 것도 없었고요.
언제 끝날 지 모르는 긴 여정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받는 것은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토이 프로젝트 시작하기
내가 준비된 예비 개발자라는 사실을 어필하는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컴퓨터 공학 학위, IT 관련 자격증, 경진 대회 수상 이력 등... 문제는 제가 보여줄 것이라곤 인문계 학사 졸업장뿐이었다는 거죠.
그래서 시작한 것이
토이 프로젝트였습니다. 사실 학원을 갈 수도 있었지만 가지 않은 이유는 빠르게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이직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제대로 내가 가고 싶은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천천히 준비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또 이미 가벼운 프로그래밍 지식이 어느 정도 있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제 포트폴리오 사이트처럼 1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42 SEOUL이나 IT 동아리를 들고 나서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포지션을 분담하여 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서비스들이 농수축산물 시세 찾기 서비스
'카트 세이버'와 오프라인의 롤링페이퍼 감성을 그대로 옮겨 온
'온라인 롤링페이퍼'입니다.
이렇게 작은 규모라도 프로젝트를 하나 끝내고 나면 당시 내가 사용했던 언어나 기술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면접이나 자기소개서에 풀어낼 만한 소재가 생긴 건 물론이고요.
카트세이버 목업 이미지
본인의 개발 실력이 부족해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부끄럽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일단 지금 상태로 해본 뒤 고민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씀드립니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듯 실제 코드를 짜면서 내 능력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뿐더러 자소서를 쓸 때가 되면 그 부끄러운 프로젝트 하나가 아쉬운 순간이 오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그래서 주변에도 종종 작은 규모의 서비스를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나만의 디테일 살리기
언젠가 문득 내가 다른 지원자보다 눈에 띌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바로 떠오르는 게 없더군요. 전공자에 비해 CS 지식도 부족하고, 그렇다고 개발 실력이 월등한 것도 아니었고요. 그러다 매일 쓰고 있는 일기가 떠올라 '꾸준함 정도는 어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장기전을 결심한 만큼 개발과 관련해서 일기 쓰듯 꾸준히 할 수 있는 활동을 해보자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일일 커밋과 기술 블로그였습니다.
그렇게 블로그는 한 달에 한두 번, 일일 커밋은 정말 매일은 아니었지만 지속적으로 활동하고자 노력했고 이전 회사에 다닐 때부터 시작한 것이 어느덧 2년이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작고 소중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적금처럼 쌓이니 꽤 그럴듯한 결과물이 되더라고요.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도 토이 프로젝트와 더불어 어필할 수 있는 소재가 생겼고 블로그의 경우에는 나만의 개발 타임라인이 생긴 기분이었습니다. 차곡차곡 쌓인 포스팅을 보며 나라는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었던 건 물론이고요.
물론 단순히 일일 커밋과 기술 블로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스펙이 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나의 꾸준함을 말이 아닌 결과물로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올 해도 나름 파릇파릇하게 심은 것 같습니다.
굳이 개발과 직접적이지 않아도 좋습니다. 기술 아티클 읽기, TIL(Today I Learned) 쓰기 등.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관찰하고 이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면, 그리고 그 결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나만의 디테일을 보여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마무리
작년 이맘때만 해도 여러 통의 불합격 메일을 받으며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종종 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이라는 말이 잘 어울렸던 시기였죠. 그런 슬럼프를 겪을 때 제가 쓴 방법은 내 발자취를 기록하는 일이었습니다. 매달 내가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꾸준히 적었고, 그래서 힘들 때마다 돌아보며 처음 개발을 시작했을 때보다 이만큼 많이 나아갔다는 사실을 계속 인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작은 성취들을 느끼며 조금씩 했던 일들과 우연과 행운이 합쳐져 지금의 제가 있게 되었고요.
이제 갓 발을 뗀 병아리 개발자입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시는 여러분 또한 각자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도닥이며 나아가시다 보면 어느새 원하던 목표에 도달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제 사소한 경험이 적게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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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의 원문은 swimjiy 님의 브런치입니다. 제로베이스 미디어에서 더욱 다양한 필진의 인사이트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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