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팅 쓰는 법
좋은 카피, 라이팅의 비밀
출발점에 대해
팔리는 글인 카피라이팅과, 소비자를 올바른 동선으로 이끄는 UX 라이팅은 엄밀하게 따지면 다른 분야이다. 그러나 이 둘은 ‘글쓰기’라는 측면에서 많은 요소를 공유한다. 좋은 카피라이팅, UX 라이팅에 대한 기준은 다행히 여러 연구와 선구자들의 인사이트 공유를 통해 잘 합의가 내려졌다. 바로 ‘간결하고’, ‘반드시 필요한 정보만 담겨 있으며’, ‘직접적으로 하나의 주제만을 담고 있는 것.’ 그러나 실상 이를 적용할 때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그중 출발 지점인 라이팅의 목적과 , 글쓰기의 톤과 매너에 대한 자기반성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 좋은 라이팅의 기초원칙
먼저 라이팅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합의한 ‘좋은 라이팅’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닐슨 노먼 그룹은 How Users Read on the Web에서 길고 어려운 글보다 단어 수를 반으로 줄인 간결한 글이 사용성이 58% 향상된다는 것을 밝혔다. 짧은 시간 내에 소비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카피라이팅 역시 '간결함'은 제1원칙으로 존중받는다. 이러한 원칙은 라이팅을 중시하는 기업에서 각자의 문법으로 정의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 라이팅 가이드
-적은 단어로 의미를 포괄해라
-핵심만 전해라
-과도한 단어를 자르라
토스 라이팅 팀(Weed Cutting)
위의 사례가 ‘좋은 UX라이팅을 위한 기본기’라면 실제 ‘라이팅’은 다음과 같은 단계 또한 함께 고민된다.
1) 라이팅의 목적 설정
마케팅 이론 중 소비자 구매단계
기업마다 고유의 구매과정과, 그에 맞는 채널과 문법이 있겠지만 라이팅 역시 그 목적에 따라 써야 하는 글이 상이해진다. 아이폰 광고를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주의-흥미 단계]
주목과 흥미를 끌 수 있는 영상 혹은 이미지와 곁들여진다. 때문에 간결하지만, 인상 깊고 강렬한 라이팅이 필요로 하다. 정보가 불충분하더라도 이미지를 통해 보충됨으로 문제가 없다. 오히려 카피에 정보가 많으면 머리에 남은 메시지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검색 단계나 구매 단계에 필요한 라이팅은 조금 다르다.
[구매 단계]
구매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이 제품을 경쟁상대와 비교해 구매를 하게 할 만큼 확신이나 매력을 제공하는 것. 때문에 필연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바디 카피의 분량이 증가한다. 물론 최대한 간결한 라이팅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확신을 전달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는 필요하다.
[사용 단계]
테크니컬 라이팅
UX 라이팅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테크니컬 라이팅은 전문 용어를 그대로 사용할지, 고객의 입장에서 순화시킬지 고민하게 된다. (텍스트의 가독성을 돕는 ‘디자인적’ 시선도 중요하지만 이번 글에선 생략한다.) UX 라이팅은 사용자의 서비스, Web, App 이용 경험을 돕는다. 이용 경험에는 정보 전달, 기업 이미지, 행동 및 동선 유도 등 다양한 영역이 포함될 수 있다.
2) 톤과 매너의 설정
애플의 구매 페이지와 삼성의 구매 페이지는 톤과 어조가 사뭇 다르다
글쓰기의 스타일은 일관되고, 동일한 콘셉트를 유지할 때 강력한 스타일로 다가온다. 단어의 선택, 어미와 어조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는데 타깃이 명확하고, 브랜딩이 잘 되어 있는 서비스, 기업일수록 명확한 합의를 내리기 쉽다.
2. 라이팅의 현실의 벽-어떻게 설득하죠?
라이터의 행복한 점은 글쓰기의 일관된 스타일과 중요성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불행한 점은 아직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기업의 글을 맡게 되었을 때의 곤란함은 ‘좋은 라이팅의 기초 원칙’이 아닌 위에서 설명한 라이팅의 목적과 톤과 매너, 즉 마케팅과 브랜딩의 영역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실제 받았던 라이팅 과제를 살짝 변형해서 소개한다.
1) 요구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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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기업은 이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언택트 시스템을 개발하였습니다. 이를 ‘홍보’할 수 있는 카피를 만들어 주세요.”
매체-지하철 옥외광고
해당 요청의 난해했던 점은 ‘홍보’라는 목적이 광범위하다는 것이고, 의뢰 주가 그 목적에 대한 설정을 매우 두리뭉실하게 설정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홍보'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목적을 설정하면 다음과 같다.
(1) 언택트 시스템의 인지도를 올린다.
(2) 언택트 시스템 서비스의 사용방법을 이해시킨다.
(3) 판촉을 위해 검색으로 연결시킨다.
이에 필요한 라이팅의 스타일도 크게 달라진다.
(1) 인지도-장점을 압축한 인상 깊은 카피라이팅
(2) 서비스 이해- 쉬운 언어로 풀이
(3) 판촉- 후킹 메시지, 행동을 유도하는 카피라이팅
여기서 글쓰기의 톤과 매너의 단계로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라이팅의 영역을 넘어 브랜딩에 가까워진다. 대부분 인하우스로 근무하게 되는 UX 라이팅 분야의 경우에도 내부의 브랜딩이 잘 되어 있지 않다면 ‘좋은’ 라이팅에 대해 합의 내리기 어려워진다. 특히 일회성으로 그칠 수 있는 카피라이팅과 달리, 유저들이 매일 사용하고 반응하기에 잦은 수정을 거치는 UX 라이팅은 '좋은 글쓰기의 기준'에 대한 합의는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그런 지식과 목적이 부재한 클라이언트의 글은 어떻게 써야 할까? 때문에 오히려 좋은 라이팅은 ‘듣는 귀’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뢰자 자신도 모르는 확실한 목적과, 이러한 글이 왜 필요한지 설루션으로 명확히 제시하는 것. 당시 내가 했던 방법은 조금은 무식했는데 목적 별로 그에 맞는 카피를 톤을 달리하여 몇 가지 작성한 뒤 ‘이 중에서 전달하고 싶은 감성과 메시지를 골라보세요.’하고 전달했다. 하지만 초기에 듣고 묻는 과정이 잘 되어 있었다면 덜 헤매었을 과정이라 생각한다.
2) 어떻게 듣고 합의할까?
대행사의 라이터에게 의뢰가 올 땐 글뿐만이 아니라, 글이 실릴 이미지도 함께 요청되어 필요한 정보는 미리 공유하게 된다. 물론 함께 협업하기 전에 충분히 사전조사가 이루어지지만,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다면 불필요한 혼란이 없다.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자신들의 니즈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사전 미팅 전부터 목소리를 듣는데 집중하는 방법도 있다.
브랜드 디자인 기업 ‘가지공장’의 사전 미팅지
마치며
천차만별의 어조와 화법이 있는 것처럼, 라이터가 추천하는 글쓰기 스타일과 디테일의 ‘좋음’을 설루션으로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을 매일 느끼고 있다. UX 라이팅 분야의 경우 A/B 테스트, 데이터 지표와 같은 논거라도 있지만 그 외 라이팅에선 왜 이 카피가 필요한지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위에서와 같이 타깃 분석, 목적 설정 같은 마케팅적 도구와 듣는 스킬을 활용해 그 험난한 길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익혀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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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의 원문은 몰라도아는척의 노예 도비 님의 브런치입니다. 제로베이스 미디어에서 더욱 다양한 필진의 인사이트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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