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디자이너의 프론트엔드 개발자 이해 도전기

프엔 마스터 도전기, 완벽한 솔루션

제로베이스 UIUX 디자인 스쿨

프론트엔드 개발을 마스터하기 위한 도전기는 아닙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가장 긴밀히 협업하는 프론트 개발자를 이해하기 위한 도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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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을 만난 회사에서 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 3명과 일했다. N, R, 그리고 B. 이직을 하고 나서야 당시 회사에 개발자가 얼마나 부족했던지 알 수 있었다. 어플이 서비스의 메인 아이템 중 하나인데도 프론트 개발자 3명, 백엔드 개발자 2명이 다였다. 그리고 나. 이렇게 6명이 개발팀이었다. 중간중간 다른 개발자들도 있었지만, 고정 멤버는 이 정도였다.

작은 팀이어서 좋은 점도 있었다. 일손 부족의 체감은 나보다 개발자들이 더 많이 느꼈을 테니, 나는 좋은 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개발팀 특유의 돈독함이 좋았다. 항간에서는 개발팀은 너무 독립적이라는 이야기도 했고, 나도 그걸 느꼈다만 그건 거의 모든 스타트업이 겪는 문제라는 생각도 한다. 개발자들의 "언어"를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어쩌면 당연한 부분이지만 이런 차이에서 자연스럽게 갭이 생기는 것 같다. 나도 개발팀 회의에 참여하면서 멍 때릴 때가 더 많았다.

백엔드 개발자들과는 소통할 일이 없었어서 (그리고 그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두 명밖에 없잖아요.) 프론트엔드 개발자들과 더 친했다. N과 R 모두 훌륭한 프엔이었지만, B는 좀 더 탁월한 프엔이었다. 개발자가 하는 일을 내가 어찌 모두 헤아리겠냐만은, B가 탁월하다는 건 일개 디자이너인 나조차 알 수 있었다. 간단하게 표면적인 걸 예로 들어보자면, N과 R이 B에게 질문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혹은 N과 R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B가 다가가면 어느샌가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았다.

알고 보니 B는 이전 회사에서 프로덕트를 6개나 만들었단다. 그것도 혼자서. 얼마 전 N에게 "사이드 프로젝트하고 싶은데 제가 아는 백엔드 개발자가 없어요."라고 말하자 N은 "B님이랑 해요, 풀스택 하실 수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우리가 만들던 프로덕트는 대부분 국문을 사용했지만 이따금 영문이 섞였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 국문은 스포카 한 산스를 사용했고, 영문의 경우 Inter를 사용했다. 타이틀은 국문, 서브 타이틀은 영문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각 텍스트 박스를 국/영문에 맞게 설정하면 될 일이지만, 본문에 섞어 쓸 때면 영문 텍스트를 일일이 긁어 Inter로 변경하고, 굵기를 변경해야 한다.

사실 이런 일은 내 입장에선 작은 노가다에 속해서 크게 어렵지 않다. (어쩌면 다 지난 일이라 그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근데 알고 보니 코드에도 일일이 텍스트 속성을 다르게 줘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일련의 과정을 거쳐 사용되는 텍스트 전체에 국문: 스포카 한 산스, 영문: Inter를 치면 만사형통하는 그림을 상상했으나 디자인할 때나 개발할 때나 노가다는 노가다였다.

게다가 당시 나는 text style을 설정하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만 있는 규칙으로 텍스트 사이즈를 지정했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좀 만들라고 나를 닦달하지 않은 3명의 프엔들이 정말 놀랍다.. 도대체 어느 별에서 왔길래 이런 나의 무지함을 참아냈던가. 이제 나는 매번 그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어떤 걸 만들던 text style부터 설정한다.

스포카 한 산스와 Inter를 섞어 쓰는 이슈로 R과 B와 논의를 나눈 적이 있다. 이때도 나는 언제나 그렇듯 조금 멍을 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R이 재밌는 제안을 했다.

"그냥 두 개 합쳐서
폰트 파일을 하나 만들면 어때요?"


그게 되나? 우리는 두 폰트의 라이센스를 뒤져봤다. 되는 것 같았다. 아니 된다! B는 본인이 만들어 보겠다고 하고는 갑자기 사라졌다. 그러곤 3시간쯤 지났나. 나에게 파일을 하나 보냈다. 두 폰트를 섞어서 서체 파일을 만들었는데 테스트해달라고.


스포카 한 산스와 Inter의 Open Font License 원문 링크



완벽하게 잘 돌아갔다. 하나의 폰트 파일을 사용하는데 국문은 스포카 한 산스로 나왔고, 영문은 Inter로 나왔다. 내가 감격에 차올라서 "너무 잘돼요!!!!!!"하고 소리치자 B는 아무렇지 않게 "서체 이름은 뭘로 할까요?"하고 물었다. Inter와 스포카 한 산스를 섞었으니 이름은 'InterSpo'로 지었다. 지금 와서야 말하는 건데, 'AlterInterSpo' 뭐 이런 걸로 할걸 후회가 남는다. 폰트를 찾을 때 가장 상단에 떠서 접근이 쉬우니까.

아니면… AwesomeInterSpo?



B가 InterSpo를 만든 스프린트 동안 이 사건은 개발팀에서 꽤나 핫감자였다. 스프린트 회고에는 '이번 스프린트 동안 좋았던 일'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B가 전 직장 디자이너 동료에게 '이번에 오픈소스 폰트 두 개를 섞어서 하나의 서체 파일로 만들었다'고 말하자 그 디자이너분이 "너무 부럽네요. 그거 모든 디자이너들의 꿈이잖아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세상에 '완벽한 솔루션'이 어디 있을까. 모든 솔루션엔 허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B가 만들어준 솔루션에 나는 감히 완벽하다는 말을 붙이고 싶다. 모든 디자이너가 원하는 걸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PR을 할 줄 모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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