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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서비스 기획자로서의 삶의 기쁨과 슬픔
기획자로 살아가는 것의 장점과 단점

※ 아래 포스트는 개인적인 의견이며 당연히 회사마다 차이가 많습니다.

기쁨 편

#1 서비스로 사람들의 삶에 영향력을 끼치는 경험

IT 서비스는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이고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일부 성공한 서비스들은 사용자들에게 '이 서비스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라는 엄청난 평을 듣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IT 서비스는 소비재를 통해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이나 편리함과는 결이 다른 훨씬 더 강력한 영향력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거대한 기계의 부품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이러한 기분을 느끼는 원인 중 하나는 자신의 일이 타인 혹은 집단에 어떠한 영향력을 끼치는지 체감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IT 서비스의 기획자는 상대적으로 이러한 영향력을 체감하기 쉽다. 지금 당장 몇 명의 사용자들이 우리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에 재방문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소요하고 있는지. 전부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앱스토어 리뷰나 SNS와 같은 경로로 내가 기획한 기능/서비스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피드백을 피부로 느끼며 '내가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쓸모 있는, 영향력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직업과 업무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 (물론 서비스가 어느 정도 성공해야 맛볼 수 있는 기쁨이다..) 이것이 서비스 기획자로서 사는 것의 첫 번째 기쁨이다.

#2 문과가 도전해볼 수 있는 IT 업계 직군

솔직히 나는 서비스 기획자라는 직업이 IT 업계에 속해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지는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비스 기획은 특정한 기술(개발, 디자인, 데이터)을 필요로 하는 업계 내 다른 직군들과 비교했을 때 문과 전공으로 졸업한 사람들도 도전해볼 수 있다는 영역이다. (그 외 다양한 직군들도 있지만 '제품 개발'에 한정 지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첫 번째로 IT 회사에는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서 성장한 기업들에 비해 비교적 나이와 사상이 젊은 구성원들이 많다. 물론 젊은 조직이라고 해서 '꼰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어디에나 이상한 사람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직설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참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을 문제라고 인지하고 그를 해결 대상으로 다루는 매니저들이 많다.

IT 업계는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모습 혹은 여럿 IT 공룡 기업들의 성공 사례들을 통해 '수평적인 조직 문화', '유연한 근무 환경', '다소 긱하지만 쿨한 조직원들'과 같은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다. 의도치 않게 형성된 사람들의 선입견들 덕분에 많은 IT 기업들은 그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서 강제로 수평적이고 유연한, 쿨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계속해서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하고 새롭게 시도하는 조직 내에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서비스 기획자가 누릴 수 있는 큰 기쁨이다.

#3 어디서나 써먹기 좋은 프로덕트 매니징 스킬

기획자의 업무 역량은 이곳저곳 응용하여 써먹기 좋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회사가 아닌 일상에서도 우리는 여행, 이사, 결혼 등 크고 작은 프로젝트/프로덕트를 마주하기 때문에서 종종 '기획자'로서 기능할 수 있다.

일상에서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투두 리스트 정리, 일정 계산, 협업 대상 탐색, 계획대로 잘 굴러가고 있는지 확인, 예상치 못한 문제 해결 등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해오고 있었던 이 과정들은 기획자(혹은 PM)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해야 하는 업무와 거의 동일하다. 다루는 대상이 IT 서비스에서 여행/이사/결혼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일상뿐만 아니라 이후에 만약 내가 창업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지금 내가 기획자로 일하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 기반의 창업이 아닌 거의 모든 종류의 창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서비스 기획자는 단순히 커리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벗어나서도 쓸모 있는 멋진 사회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직업이다. 업무 시간에 충실하게 나의 일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회사 밖의 일들을 멋지게 해낼 수 있다니. 일거양득이다.

슬픔 편

#1 광범위한 업무 범위

누군가가 너는 어떤 일을 하냐고 물어봤을 때, "음 개발, 디자인, 마케팅 빼고 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팩트이다. 심지어 그 업무 범위는 계속해서 새롭게 확장된다. (환장할 노릇. 음 ~ 언제나 새롭고 짜릿해.) 따라서 서비스 기획자에게는 새로운 일에 대해 빠르게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기능 하나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기획자가 담당하는 기획 업무는 한 가지가 아니다. 다수의 기획 업무에 달려있는 수많은 개별 태스크들을 동시에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멀티태스킹 능력이 필요하다. (엄밀히 말하면 멀티태스킹은 아니지만 분 단위로 집중해야 하는 프로젝트의 대상이 바뀌기 때문에 멀티태스킹이라고 말하겠다.) 많은 연구 및 실헌 결과에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한 존재라고 말하고 있는데 서비스 기획자는 그 불가능한 것을 해내야 하는 직업이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이게 왜 '슬픔'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기획자가 되고 나서 이런저런 업무에 빠르게 집중력을 전환시켜야 하는 상황을 겪으며 장시간 하나의 태스크에 진득하게 집중하는 능력이 저하되었음을 느낀다. 그래서 슬프다.

#2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비전문가

개발 관련 지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다수의 기획자는 개발 지식에 대해서는 비전문가이다. 하지만 기획자들은 서비스의 전반을 설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개발 지식을 필요로 하는 순간들이 많다. 알고 싶지 않아도 강제로 알아야 하는 개념과 지식들이 시시각각 쏟아진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내가 모르는 것을 마주하는 순간이 불편하고 무섭고 싫다. 모르는 것이 당연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부끄럽고 멍청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종종 '너도 이거 당연히 알지?'라는 뉘앙스로 말을 전달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특히 그러하다. 기획자는 매일매일 미지의 지식 세계에 혼자 동 떨어지는 상황을 맞닥뜨린다.

기획자가 마주하는 '개발 지식을 필요로 하는 지점'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예습하여 그를 실무에서 써먹는 것도 어렵다. 결국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우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기획자가 개발 지식을 얼마나 알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많이 알면 알수록 업무 하기 편한 것은 사실이다.

결국 유능하다고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 내가 더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혀 관심이 없는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하는 것은 여전히 슬픈 일이다. 하고 싶은 공부만 하고 싶어..

#3 끝없는 커뮤니케이션의 늪

서비스 기획자는 차분히 앉아서 멋진 와이어프레임을 그리고 깔끔한 기획 문서를 작성하는 시간보다 메신저나 이메일을 붙들고 A팀의 서버 개발자, B팀의 디자이너, C팀의 법무 담당자, D팀의 iOS 개발자 등등 과 씨름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커뮤니케이션 양이 아주 많다. 조금 자조적으로 표현해보자면 부리에 편지를 물고 죽어라 날갯짓하는 비둘기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획자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제품 개발과 관련하여 '어떻게 해야 한다.'라는 작업 내용을 정리하고 도장을 찍는 사람이지 직접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디자이너와 개발자이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지시하는 역할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조율하고 협의하여 공유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부탁하고, 요청하고 혹은 양해를 구해야 하는 불편한 커뮤니케이션의 비중도 상당히 높다.

사실 대부분의 회사원들이 이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뻔한 얘기를 굳이 해야 할까 싶기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획자가 겪는 슬픈 상황의 99%는 이 끝도 없고 답도 없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지막 항목으로 적어보았다.



조직마다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기에 왠지 조심스러워서 이 글을 작성하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애초에 나의 업무 경험이 풍부하지도 않기 때문에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그래도 한 번은 정리해서 글로 써보고 싶었던 주제였기에 꾸역꾸역 마무리했다. 여하튼! 나를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서비스 기획자들에게 기쁜 순간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 *이 콘텐츠의 원문은 트리 님의 브런치입니다. 제로베이스 미디어에서 더욱 다양한 필진의 인사이트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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